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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태울 수 있는 '예쁜' 자전거, 브롬튼+아이체어 조합

세상에 내 자식과 친하고 싶지 않은 부모가 몇이나 될까?


드라마에나 나오는 나쁜 부모가 아니고선,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식과 조금이라도 더 친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들은 아이들과 친하기가 조금 어렵다.


엄마들은 거의 모든 일상을 같이하고 항상 아이 옆에서 뭔가를 챙겨줄 수 밖에 없기에,

가끔씩 서로 죽네사네, 해도

결국 엄마는 아이랑 친하게 되어있다.


아래 이미지는 내가 얼마전 보고 '허어 것참.. 근데 맞네'.라고 했던 카툰과 비슷한 내용을 찾아본 건데,





아이가 부모에게 주로 말하는 것들. 이란 제목이었던가.

엄마에겐 "엄마" 다음에 '배고파' '추워' '열나..' '뭐 하고싶어..' 등등 이렇게 말하는데,

아빠에겐... "아빠"..... "엄마는?" 으로 끝나버린다는. -_-


하여간, 아빠들은 바깥 일이 조금만 바빠져도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나도 선우와 자꾸 알 수 없는 거리감 같은 것이 생기고,

아빠가 불러도 와서 안기지도 않고, 심지어는 쳐다보지도 않을때의 씁쓸한 마음..


그런 것들을 겪었고,

어느날 라디오에서 이런 말을 듣게된다.


"아이에게 자꾸 선물 사줘봐야 소용 없어요..

 본인이 어렸을때를 돌이켜보세요,

 지금 '아 우리 부모님이 나 이거이거 사줬지'가 세세하게 기억이 나는지,

 아니면 부모님이랑 손잡고 갔던 놀이공원, 그런 함께한 시간이 기억에 남는지"


그렇다. 나도 뭔가 안풀리니까 장난감이나 자꾸 사주려했던 아빠였다.

저 라디오 멘트를 듣고,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선우랑 내가, 같이 뭔가를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

매일 아침 유치원에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싫어 울고 떼를 쓰는 선우,

그리고 그 때문에 매일 아침 선우를 우리집 차에 태워 유치원까지 데려다주느라 힘든 아내,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내가 아침에 자전거로 선우를 태워다 주자!'


가는 길에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마시게 해주고,

자동차에 안에 갇혀 도로를 달리는 것보단, 초록색 나무가지들이 울창하게 드리워진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자전거로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자.


이때부터 자전거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


정말 많이 찾아봤다.

아이와 탈 수 있는 자전거, 아기를 태울 수 있는 자전거 등등..

틈날때마다 검색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스타일 - 난 선우와 즐거운 기억을 '같이' 만들고 싶지, 선우를 A에서 B로 옮기는게 목적이 아니다.









이런건 뭔가 예쁘긴 한데.. 애는 내 등만 보고 가나.








이건 어쩔..








그러다 발견한 이 이미지!


일단... 이뻐!


그래서 더더더 검색을 깊이 파본다.









알고보니 브롬튼이야.

그런데 이렇게 Add-on으로 아이용 안장을 거치할 수 있다.

모양도 괜찮다.








호오..

뭔가 꽤나 자연스럽다.








아,

이 친밀한 유대감이 느껴지는 장면.

저런 자연스런 웃음이 정말 나올 것 같은 구도다.


특히 아이를 감싸 안듯이 타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이에게도 심리적 안정감과 따뜻한 부모의 품, 그런 느낌을 줄 것 같은.








이번엔 아빠와 딸인데, 이렇게도 너무 보기 좋네.

사실 이때 마음은 정했다.


.

.


그런데,

브롬튼이 그리 싼 자전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이후로도 틈만나면 검색을 해보았으나..

이만큼 마음에 드는 것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정신 차려보니 브롬튼 샵이야..

는 아니고


위 사진들의 브롬튼용 아기 안장인 '잇체어(it-chair)'를

한국화해서 만든(그리고 좀 더 싼) '아이체어'를 장착 시승해볼 수 있는

매장을 찾아서 어느 토요일 오전에 선우와 둘이 차타고 쓩 달려왔다.


굳이 선우를 데려온 이유는,

아이가 이걸 타는걸 무서워 하는지, 아니면 즐거워하는지,

그걸 아는 것이 가장 큰 변수였기 때문.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는 또 아니고,

선우랑 시승해보고, 선우에게 의견도 물어보고,

나름 검증을 해본 결과, 선우가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구입.


언젠가 선우가 커서 못타게 되었는데 나도 안타게 되어 되팔더라도,

그 시세 차익보다는 훨씬 큰 '어린 시절 기억'을 줄 수 있을꺼란 판단이었다.








그리하여 집에 와서 펼쳐놓은 나와 선우의 브롬튼.

선우는 핑크를 좋아하지만, 나도 같이 타고 다녀야하는데.. 핑크색이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ㅋ

















'우리 브롬튼'을 첫 시승하면서 너무나 좋아하는 선우.

'무서워하면 어쩌지?'는 정말 기우 중의 기우였다.




그렇게 해서..




그로부터 하루빼고는 매일 아침 유치원에 태워다준다.


항상 엄마와 선우의 전쟁이었던 아침 풍경은 이제,

'아빠랑 자전거 타고 갈래!'라는 풍경으로 바뀌었으며,


 선우는

아침마다 나무의 초록색 가득한 아파트 단지를 유유히 지나 유치원에 가면서

머리 바로 위에서 아빠의 흥얼거림도 듣게 되었고,


우리 둘은

매일 아침마다 시시콜콜한 것이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는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탈때

내 턱 바로 밑에서 선우가 흥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무엇보다,

많은 아빠들의 로망인,

"나 아빠한테 시집갈래(+하트 뿅뿅)"라는 말도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그후로 우리는

매 주말 아침에

한강에 데이트도 나가고..


정말 그 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우리 딸과 나는 친해졌다.


자전거 하나 잘 골라서 얼마나 좋은 추억이 서로에게 되고 있는지.

앞으로도 몇번은 브롬튼과 아이체어를 타는 일상에 대해 포스팅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