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라 하면 국내 특급 호텔 중 비싸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다.
멤버쉽은 억대에, 그냥 1박 투숙하는 경우에도 6~70만원 정도의 숙박비를 자랑한다.
그만큼 시설도 좋기로 유명한데,
작년 초엔가..
Moon Bar에 모 위스키 브랜드에서 행사가 있어,
찾아갔다가 엄청난 실망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 이유인 즉,
전세계 리조트 업계에서 반얀트리가 가진 브랜드 명성에 걸맞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
좁디 좁은 실내에 너무 놀랐고, 안그래도 좁은 곳을 갑갑하게 느끼게 하는 인테리어..
내가 개인적으로 다니는 강남의 일반 Bar 보다도 못한 ..
방콕 반얀트리의 61층 최정상 라운지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이건 넘하다" 싶었던 그런 기억.
.............
그런데 얼마전 결혼기념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그래넘(Granum) 라운지에서 "싱가폴 크랩 특집"을 한다는 소식.
그것도 싱가폴의 유명 쉐프를 초빙해다 한다는.
"Bar는 실망했지만 설마 밥을.. 그것도 싱가폴 유명쉐프가 한다는데, 큰 실망은 없겠지??"
바로 예약 전화를 건다.
그런데 시작이 좋지 않다.
전화를 받은 실무자가 '오늘 점심부터 한다'고 자사 웹사이트에 공지된 내용을 모르고 있다.
(전화를 건 시각은 이미 점심이 지난 시간인데도)
매니저를 바꿔준다. 매니저도 모른다. 알아보고 전화를 준단다.
10여분 후..
주방총괄이라는 분이 직접 전화가 왔다.
그제서야 안내가 됨..
불안불안 하지만 여튼 예약은 하고.
찾아간 저녁-
항상 조용하고 차분한,
건물 여기저기에 간접등을 많이 써서 분위기가 좋은 입구.
그래넘에 입장해서 예약된 자리에 앉았다.
좀 일찍 도착해서, 한산한 내부.
싱가폴 스타일의 크랩에서 '칠리크랩이냐 페퍼크랩이냐'라는 선택은
중국집에서 '짜장면-짬뽕-볶음밥'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선택.
양이 많지 않다 하기에, 그리고 날이 날이기에,
샴페인을 시키고 앉아있자니, 새우칩을 준다.
크랩이 오래 걸려서 이거 두접시 먹으며 기다림.
샴페인. 식전주로 홀짝 홀짝 몇잔 마시고 .. 식감 극대화
크랩이 나온 후에는 싱가폴 현지 분위기를 떠올리며 맥주로 변경
칠리크랩이 나왔다.
한국에선 '머드크랩 같은 놈을 구할 수가 없어서..'라며 국산 작은 게로 두마리가 나왔다.
문제는 위 사진과 같이 크랩의 살이 별로 안 들어차있었다는 점.
나는 맛없는 집 맛있다 하지 못한다.
블로그에 '나 오늘도 이렇게 좋은 하루 보냈지롱~'이라는 식으로 내 모든 행보를 격찬할 생각은 없다.
내 글이 남에겐 정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니, 어느정도 책임감은 가지고 써야 한다.
이 칠리크랩은 '크랩향이 나는 소스' 쪽쪽 빨아먹는 기분이었다.
페퍼크랩이 나왔다.
페퍼크랩은 국물없이 볶아내는 것에 가까워 그런지,
살의 loss가 그나마 적다.
그래도 게가 너무 작아..!
살도 한웅큼 씹는 맛을 느낄 수 없어..!
마치 목마른 운동선수에게 게토레이를 '꿀꺽꿀꺽' 마실 수 없게 막으며 '한스푼씩' 먹이는 그런 아쉬움과 불만감이 생긴다.
여튼 날이 날인지라.
위에 적은 나의 평가는 모두 머리속으로만 한 채, 분위기 위주로 셀러브레이션을 하고 온 저녁..
아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매니저분이 나에게 '크랩이 어떠냐' 묻길래,
다음엔 차라리 머드크랩을 공수하던지.. 국산으로 쓰려면 늦겨울에 '털게'에 살이 터지도록 차있을때..
그런 크랩을 써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말씀드리고 왔다.
음식의 80%가 재료라고 하는데
어쩌다 특1급 이상의 수준을 추구하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양념이나 빨다 오게 만들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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