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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바이크

[K1600GT] 머리가 복잡한 중년의 전국투어 - Day 1




"바이크에 올라타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 대한 고민없이,

  끝없이 달리다가 피곤해지면 아무데나 들어가서 자고,

  또 다음날 아침에도 또 바이크를 타고 길위에 오르고 싶어"




일이 힘들어지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느낄때,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말이다.


지난 주말,

'요즘 내가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초에 지사장직을 반납하고 한달도 안되었는데.. 마음이 너무 진정이 안된다고 해야할까.

항상 바쁘게만 살다가, 손놓고 사는 삶으로 트랜지션 되는 변화통인지..

아님 쉬고는 있으나 '직장서 생긴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쉬기만해서였는지.


여튼 그런 생각이 주말에 확 들면서,

'지금이 아니면 남은 여생동안 '넋놓고 기약없이 떠날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얘기를 했고, 아내도 그냥 다녀오라는 쪽.

아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면 절대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마음의 불편함들을 덜어내고, 힐링을 하자'라는 컨셉이기에.. 떠나는게 불편하다면 못떠났을 투어.


...

..




수요일 아침이 되었다.

떠난다고는 말을 했지만 당일 아침까지 실감이 나지도, 설레지도 않는다.

'꼭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자꾸 든다.






한동안 사람 냄새를 못맡을 것이기에 어제 저녁에 도이사님과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도 듣고. 

여튼 어제 많이 마신 덕분에 오늘 아침 속은 좋지 않다.


꼬리곰탕 재료를 끓여본다.

코스트코 소꼬리는 국물 한번 우려내고 그 후 꼬리찜으로 쪄내서 먹을 수 있는 메뉴.

내가 먼저 밥 말아서 해장하고,

아내와 선우가 먹을 찜용 양념은 만들어서 옆에 둔다. '이거 한시간 더 끓이구 양념 부어서 찜으로 쪄..'


조금 늦게 집에서 나서고 싶었는데

하필 오늘 아침 9시부터 아파트 주차장 대청소를 한다.

주차장 바닥이 물바다가 되면 미끄러워서 바이크가 나가기 힘들어진다.

어쩔 수 없이 서두르게 된다.








짐을 싸고 옷을 입고 거실로 나섰다.

선우는 TV 본다고 아빠가 불러도 쳐다도 안본다.

아내와 선우와 작별하는 마음이 괜히 짠하다.

냉정히 말하면 내가 놀러 떠난다고 나서는건데 뭐 기분이 이래.









집을 나서고 보니 갤스1을 바이크에 거치하기 위한 거치대를 놓고왔다.

것참.

'양평쯤 가서 발견하지 않은게 다행이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집 앞에서 아내에게 거치대를 받아온다.









서울을 벗어났다.

투어가 시작될때 항상 보는 광경인데 오늘은 '와~'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양평을 지나 본격적인 국도길에 접어든다.

속이 아직도 좋지 않다.

가다가 좋은 식당을 만나 어서 해장을 한번 더 해야할 것 같다.









한참 달리다가 쭉 뻗은 길을 만난 김에 한장.

이번 투어에는 혼자 떠났으니, 혼자만 투어 나왔을때 할 수 있는 것 - 자주 세우고 사진 많이 찍기.를 할 생각.










길가다 거울샷도 한장 찍고.








산세가 좋아서 사진 한장 찍을까 하고 여기 세우다가 일 벌였다.


사진엔 크게 티나지 않지만, 땅이 사진상 오른쪽으로 기울어있다.

그런데 바이크를 세우면서 산을 잠시 쳐다보느라, 기울어진 채로 세우게 되었는데

바이크가 기울어진 상태로 정지하니 무게감이 확 쏠려서 선상태로 버티다가 결국 바이크를 넘어트렸다.


바이크 무게가 300키로가 넘는데, 노트북이니 뭐니 짐까지 들어있어서, 한 350키로 정도 될 것이다.

기울어진 땅에 넘어진 이놈.. 아무리 용을 써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지나가는 차를 불러 세워서 도움을 받았다.

혼자 용쓰다가 무리를 했는지 팔근육은 아직도 쑤신다. ㅜㅜ









여튼 강릉시 초입에 도착.


& 오는 내내 먹을만한 식당은 없다. 우웩.








내가 가야할 길









안인항에 도착했다.

이번 투어의 '해안도로 일주'는 실제로 안인항부터 시작된다.









항구에 도착했으니 기념으로 한장 더.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으니 바로 앞 파출소에 계신 나이 지긋한 경찰아자씨께서 나와서 구경하신다.

'BMW에서 오도바이도 만드나보네~'

싱긋-


근데 여기도 먹을 곳은 없다.







이제부터 해안도로에 들어간다.









좀 달리다보니 정동진에 도착했다.


관광지라 식당은 많다. 일단 밥부터 먹고!






주차한 곳 바로 앞에 곰치국을 파는 횟집이 있다.

약간의 바가지성도 있고 조미료도 많이 넣은 것 같지만.. 해장에 포인트를 두고 먹어준다.

관광지라고 2만원 달라길래.. 나갈려고 하니까 1.5만원 달란다.

또 식당 찾아 삼만리하기도 싫고 해서 그냥 먹는다.









밥을 먹고 다시 해안도로 일주 시작.









해안도로 구비구비.









@대진해수욕장









구 7번국도의 전형적인 풍경









어달항을 지나자마자 해변에 그래도 좀 크고 깨끗해보이는 호텔(이지만 모텔)이 보인다.

가격이 저렴하면 여기서 오늘 1박을 할까 한다.


아직 해는 중천이지만 낮에 바이크 세우느라 힘 준 근육들에 통증이 와서, 오늘은 일찍 마무리.

어차피 난 시간도 썩어넘치니까 -_-









바이크를 세우고 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수가.

큰 규모의 호텔(모텔)인 줄 알았더니 이거 .. 두 호텔이 딱 붙어서 하나의 큰 호텔로 보이는거네. ㅋㅋ

하지만 1박에 5만원만 주면 된다기에 그냥 결정.









7층에 인터넷 되는 유일한 방을 주셔서 좋다.

전망도 좋고.









뜨거운 물로 좀 씻고 5분정도 누웠다가.. 배가 고프다.

물회가 먹고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7분정도 걸으니 다시 어달항.










어달항 회센터는 영업을 안하네?

시즌이 아니라 그런건지 평일이라 그런건지.









회센터 맞은편에 보이는 선창횟집.

방송에도 여기저기 나오고, 저게 가짜라도 물회가 망하면 얼마나 망할까 싶어서 들어간다.









4층에 식당이 있는데 전망은 죽여준다.

상위에 보이는게 나를 위한 물회 1인 상차림.

생각보단 반찬이 나오네? ㅎㅎ









물회는 맛있었다.

식초맛이 좀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회도 풍부하고 괜찮았다.

다행이다.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

.


밥 먹고.. 방에 돌아와서 미드 좀 보다가..

배고파서 치킨 한마리 시켜먹고..


아내와 선우와 스카이프로 영상통화 좀 하고..


열시쯤인가? 쓰러져 잠들었다.



- 2일차 투어기는 아마도 내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