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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바이크

F800ST와의 마지막 추억들 정리

한번 뱉은 말은 왠만하면 꼭 지켜야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도     정말 어떻게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바이크 접기'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반대로 바이크를 접네마네 수많은 싸움을 했다.
물론 그 싸움들의 결론은 '그래 접으면 되잖아'였고 나름 그렇게 말을 뱉었는데도 참 접기가 어려웠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왜 '내가 뱉은 말인데도 안되었는가'의 답은 실은 '내가 정한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쨋든 결혼 후 모월모일까지 접기로 하고 그렇게 지내던 중..
다행히도 접어야 하는 날짜가 거의 다 왔을때 쯤 아내가 '그냥 타'라고 해주었고 지금도 바이크는 주차장에 잘 모셔져 있다.

근데 결혼해보니 어차피 총각때처럼 자주 타지질 않더라.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바이크 탄지 한 4주쯤 됐나? 타봐야 근거리 마실 수준이고 아주 가끔씩 투어..

어쨋든 800ST와는 작별을 하여 지금은 다른 녀석을 타고 있고, 산후조리원에서 심심해서 iPhoto내의 사진들을 뒤지던중 800ST 사진 파일들을 발견하여 몇장 정리해본다.



이 사진은 결혼 전달인가 그때쯤.
친구와 한강에서 운동을 하기로 하고 바이크를 타고 나간 날.

공교롭게도 세워놓고 보니 우리 결혼식장인 프라디아 앞.
묘한 감정에 사진을 한장 찍었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바이크와 결혼'이랄까? ㅋㅋㅋ





이 사진은 웨딩촬영하던 날 스튜디오 동감 앞 골목길.

바이크는 향후 아예 못타게 될 것이라 생각하여 스튜디오 작가에게 부탁, 바이크를 같이 넣은 샷을 몇장 찍었다.
동감 근데 장사가 잘되서 그런지 불친절한듯. (겉으로는 웃는데 말하는 내용은 사람 기분 나쁘게 함)






이 사진은 어느 답답하던 날, 아무 걱정근심 없이 훌훌 털고 이런 곳을 끝도 없이 달리고 싶었던 마음에 찾아낸 사진.
한동안 사무실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쓰였다.

실제로 한국에서 이정도 절경은 아니지만 비슷한 곳을 한번 달린 적이 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진이 어딨더라..

 


바로 찾아낸 2009년 3월의 투어 사진.
이런 산길도 정말 말로 표현이 힘들만큼 좌우 갓길에 쌓인 눈과 차가운 공기가 참 기분좋았는데, 더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현실은...
민방위 훈련장에나 바이크를 타고 오는 현실;;

그래도.. 주차할 곳 없는데 이렇게 세워서 얼마나 편했다구..ㅋㅋ





이 사진이 마지막이다.
출근해서 회사 지하에 세워둔 후 사무실 들어가다가 돌아서서 한장.


지금와서 돌이켜봐도 F800ST는 참 명차다.
디자인도 조금 심심한듯 하지만 워낙 원판자체가 좋고, 사기에 가까운 연비하며, 코너링이나 직빨에서 주행성 역시 모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워낙 정이 많이 들었던 바이크라 그런지 사진을 보니 꼭 헤어진 애인 같네..^^
가끔 길위에서 지나는 800ST를 보게되도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고마웠다 팔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