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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쿠킹과 음식

[영화보기] TV속 맛집은 사기이다? - 트루맛쇼


요즘 '블로거지'라는 표현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내용인즉,
어떤 일식집에 손님이 몇명 왔는데 가장 비싼걸 몇개 시켜먹더니,
마지막에 사장 불러달라고 해서 '내가 파워블로거인데, 블로그에 글을 올려줄테니 음식을 공짜로 달라'고 했다가
사장이 거절하자 나도 돈 못낸다 배째라 해서 경찰을 불렀더니 주머니에 전재산이 8천원 있었다는. 웃지 못할 스토리.




"나는 TV 맛집이 왜 맛 없는지를 알고있다" 라는 메시지로 시작하는 트루맛쇼

다큐 같지만 영화다.
마치 한국의 마이클 무어 같은 김재환감독의 영화다.

영화는 "방송에 나오는 맛집은 대부분 '협찬의 산실'이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Yellow journalism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적 메뉴 아이템까지 만들어내고, 맛집 고객 인터뷰는 실제 소감이 아니라 대본까지 주어져서 만들어진다" 라고 말한다.




위의 메시지가 사실임을 눈으로 증명하기 위해, 김재환감독은 실제로 음식점을 하나 차린다.
음식점 이름은 '맛'

이 음식점은 실제로 손님도 오는 레스토랑이자, 숨겨진 카메라들로 가득찬 하나의 살아있는 셋트장.




당신이 만약 식당 주인이라면, 당장 인터넷을 열고 'TV 방송 협찬 대행'으로 검색해보라.
일정 금액만 내면 광고대행사를 통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당신의 식당을 출연시킬 수 있다.






새롭고 신기한 메뉴를 소개해야 방송 시청률이 올라가기에, 작가들은 '아이템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 작가들을 돕는 브로커들이 존재.
브로커들은 한편으로 방송계에 인맥을 쥐고 있고, 한편으로 '놀라운'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차갑게 먹어야 하는' 캐비어를 삼겹살에 얹어 구워먹는 메뉴라던지 (심지어 그 캐비어도 철갑상어 알이 아닌..) / 돈까스랑 라면을 비벼먹는다던지 / 오뎅을 주문하면 엄청나게 큰 용기에 24인분을 담아서 갖다주던지 하는 '방송에 화제가 될만한', '장르와 룰을 파괴하는 메뉴들'
브로커는 말한다 "맛은 중요하지 않아요. TV에서 (음식맛이나) 향이 나지 않잖아요? 보기에 좋으면 되는거예요"





뭐 이런 식.





직접 보면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갈 정도로 놀랍고 흥미로운 내용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낸 후,
'맛' 음식점은 문을 닫게 된다.

.....
제작비 5억이 들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정말 놀라운 '쇼'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김재환감독은 모 프로덕션 대표라고 하시던데,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로 이런 대형사고를 치시고도 괜찮으실런지..
마이클 무어도 고생 많았다고 하던데..

여튼 많은 이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극장 상영 당시 관객이 1만명정도밖에 안들었다던데, 5000만 국민 중 1만만 보았다니 아쉬울 따름.

특히 많은 블로거들이 보았으면 좋겠고, 제발 맛없는 음식점 맛있다고 올리는 짓은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맛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본인이 먹어도 그닥 맛있는 음식이 아닌걸 맛있다고 올리는 행위는 결국 전체 블로그 컨텐트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영화의 내용 중 '정말 수준 높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시청률이 높지 않아요, 시청률이 낮으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거구요. 결국 이런 맛집 프로그램의 컨텐트가 만들어지고 시장에서 먹힌다는 거는 우리 시청자들의 수준이 여기까지밖에 안된다는 현실인거죠' 라는 전문가 인터뷰가 참 씁쓸하게 여운처럼 남는다.